기승을 부리던 늦더위도 물러가고 산뜻한 가을 하늘 아래서,
어깨를 활짝 펴고 숨을 크게 쉬면서 마주하는 이웃들에게 들꽃 같은 미소를
보내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
돌이켜보면 행복의 조건은 여기저기 무수히 놓여 있다.
먹고 사는 일상적인 일에 매달려 정신을 빼앗기고 지내느라
참된 자기의 모습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우리가 이 풍진 세상을 무엇 때문에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내 몫의 삶인지를 망각한 채
하루하루를 덧없이 흘려보냈다.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것저것 챙기면서
거두어들이는 일을 우선 멈추어야 한다.
지금 차지하고 있는 것과 지닌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서 꽃처럼 피어난다.
행복해지려면 먼저 내 이웃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
이웃과 나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에
이웃의 행복이 곧 내 행복으로 이어진다.
소원했던 친구에게 이 가을날 편지를 쓴다든지
전화를 걸어 정다운 목소리로 안부를 묻는 일은 돈 드는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만 따지려는 각박한 세태이기 때문에,
돈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일이 행복해지는 비결이다.
구름은 희고 산은 푸르며 시냇물은 흐르고 바위는 서 있듯,
친구 또한 그곳에 그렇게 있지 않은가.
그리고 옛사람들은 행복의 조건으로
검소하게 살면서 복을 누리는 일을 말한다.
'일은 완벽하게 끝을 보려 하지 말고, 세력은 끝까지 의지하지 말고,
말은 끝까지 다하지 말고, 복은 끝까지 다 누리지 말라.'
절제에 행복이 깃들여 있음을 깨우쳐주는 교훈이다.
이 가을에 우리 함께 행복해지기를 빌고 싶다.
- 오두막편지 p213 / 법정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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